사랑한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막상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막상 떠올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사랑은 언제나 작은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유난히 편안하게 들리던 날이 있었고,
평범한 말 한 마디가 하루를 가볍게 만들던 순간이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표정 하나가 괜히 오래 머릿속에 남았고,
헤어지고 돌아서는 길이 이상하게 환해 보이던 날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랑한 이유는 화려한 장면 속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는 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의 공기, 서로가 잠시 멈춰 있던 시간 사이에서 피어났다.
그런 순간들이 어쩐지 편안했고, 그 편안함이 조금씩 사람을 기울게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건
그 사람에게서 ‘좋은 점’을 찾았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사람 앞에서의 내가 조금 더 좋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그 변화가 설명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사랑한 이유는 대부분 그런 움직임 속에 있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오래전부터 쌓여 있었던 작은 조각들의 합이다.
자꾸 눈길이 가고,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하루가 조금 덜 무섭게 느껴지고, 그 사람과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 때-
우리는 사랑을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사랑한 이유를 굳이 말로 정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이해’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더 흐릿하고, 더 감각적이고, 더 살아 있는 것이다.

결국 사랑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이 조금 기울었고, 그 기울어짐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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