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이상하게도 나를 깊은 심연 속으로 데려간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 뒷모습에는 네가 살아온 결과, 습관, 흔들리는 마음의 무늬들까지 모두 담겨 있는 것만 같아서.
어쩌면 사람의 진짜 모습은 정면이 아니라 뒤를 향한 순간에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자리, 견고한 척할 필요도 없는 순간.

네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조금 느리게 흔들리는 그림자가 함께 따라다녔다.
마치 네 모든 감정이 그 그림자 속에 녹아 있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
슬픈 날에는 흐릿하게 번졌고, 평온한 날에는 길게 곧게 뻗었으면, 혼란스러운 날에는 비틀린 선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그림자의 표정을 읽으려 애쓰곤 했다.
너는 말하지 않았지만, 너의 뒷모습은 언제나 솔직했다.

그런 날이 있었다.
네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날.
붙잡고 싶다는 마음이 목울대를 지나기도 전에 굳어 버리는 날.
말 한마디가 겨우 입술 끝에서 맴돌다가 사라지는 날.

그러는 순간마다, 나는 깨달았다.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건 사실 이별의 감각을 조금씩 배우는 일이라는 걸.
비록 너는 단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뿐인데도, 걸음이 조금 멀어질 때마다 나는 아주 작은 상실을 겪었다.

하지만 뒷모습은 언제나 떠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어떤 날엔 네가 앞서 걸어갈 때,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네가 한 걸음 앞에 있다는 사실, 네가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
그 방향이 나와 같든 다르든, 네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그건 나에게 있어 꽤나 묵직한 위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네가 모른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네 고유의 속도와 너만의 호흡으로 움직이는 모습.
그 무심함이 너를 가장 너답게 만들었고, 나는 그 모습에서 오히려 너의 가장 깊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덜 화려하고, 덜 완벽하고, 덜 정돈된 모습이었지만 그래서 더 잊히지 않았다.

돌아선 너의 어깨선, 천천히 흔들리는 걸음, 팔과 손끝의 작은 긴장들, 그 모든 게 너의 말 없는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나는 종종 너의 뒷모습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순간의 공기, 그때의 온도, 내가 말하지 못한 마음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람의 뒷모습을 마음에 오래 남기는 일은,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네가 떠나는 모습이 아니라, 네가 걸어가던 그 자연스러운 뒷모습을 기억 속에서 다시 불러낸다.
그건 이제 사라진 풍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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