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가 날리는 게 녹지 않는 눈이 내리는 것 같아.

봄인데도 계절은 아직 다 지나가지 않은 얼굴로 남아 있는 것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가볍게 떠올랐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앉는 것들.

눈처럼 차갑지는 않은데 비슷한 모양으로 하루 위에 내려앉아.

어디에 닿았는지도 모르게 옷 위에, 머리카락 사이에, 그리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손으로 털어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그 자리에 잠깐 머물다 가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지나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돼.

방금까지 없던 것들이 언제 이렇게 많아졌을까 싶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날들처럼.
느리게, 아주 느리게 퍼져서.

눈이 내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녹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머물 줄 아는 것들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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