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을 다른 목소리로 반복하는 사람을 보면서 
처음엔 이해하려 했고,
그 다음엔 설명하려 했고,
그 다음엔 맞춰보려 했다.

조금이라도 달라질까 싶어서
문장의 끝을 바꿔도 보고,
다른 단어로 골라 보았지만
결국 돌아오는 말은 늘 비슷했고
우리는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지나고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이미 끝이 정해진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고 있는 일이라는 걸.

그 사람의 말은 형태만 질문이었고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더 말하지 않게 된다
무슨 말을 꺼내도 도착하는 곳이 같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힘을 빼고
기대를 접는다.

대화는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그 안에서
더 이상 앞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같은 말이 다시 돌아올 걸 알면서도
그저 듣고만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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