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아서 괜찮다고 나는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이별은 생각보다 별 일 아니라는 듯 끝이 났고,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갔다.
아침은 오고, 시간은 지나가고, 계절은 조금씩 바뀌어만 갔다.
네가 없어도 나는 잘 지냈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았다고 믿었다.
보고 싶어서 전화를 걸지도 않았고,
네 소식이 궁금하지 않아서 일부러 묻지도 않았다.
괜히 지나간 대화를 다시 읽지도 않았다.
그 정도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원래 조금 더 요란한 거라고,
심장이 먼저 무너지는 거라고,
숨이 막힐 만큼 아파야 하는 거라고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밤이 되면,
네가 손을 잡던 방식이 떠오른다.
세게도, 느슨하지도 않게.
길을 걷다 어깨가 스칠 때 아무 말 없이 맞추던 보폭,
추운 날이면 말없이 내 쪽으로 기울던 몸.
우리는 뜨겁게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천천히 닮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아서 울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울 만큼 거창하지 않아서,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너를 잃고 난 뒤에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문득문득 아무 이유 없이 공기가 허전해진다.
그때야 깨달았다.
아, 그 자리에 네가 있었구나.
사랑하지 않아서 떠난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나는 사랑이 너무 조용해서 끝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불꽃은 아니었지만 은은한 달빛 같은 마음.
밝지는 않았어도 나를 비추고 있었던 사람.
사랑하지 않아서 괜찮았던 게 아니라,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고,
이제는 끝났음을.
sol.ace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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