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곧 없어진다는 게 맞다.

2월 말, 동네 벽에 벽보가 붙었다.
재개발구역단지 지정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걸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정도였다.

건물도 오래됐고, 언젠가는 없어지겠지 하고 생각은 했었다.
다만 그게 생각보다 빨리 내 일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벽보에는 이주 기간이 8월 말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그 날짜를 보면서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아직 시간은 있네.
이번 집은 어디일려나.

그 정도였다.

이 집은 24년에 이사를 온 곳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학교 기숙사에 있었으니, 이 집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래도 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집 안이 아니라 올라오는 길이다.
골목을 따라 올라와야 하는데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길.
CCTV가 달려 있고, 크게 가파르거나 계단이 있지는 않지만 커브를 돌아 올라와야 해서 생각보다 힘이 든다.

동네에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과 빌라가 많다.
공항이 가까워서 밤낮 상관없이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

집 안에서도 그 소리가 가장 많이 들리고, 옆집 생활 소리도 들린다.
공사 소리가 들릴 때도 있고, 요즘은 이사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뒤로 동네에는 빈집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이사를 갔고, 어느 날은 엄마에게 집주인 전화가 오는 걸 보기도 했다.

그래도 특별한 감정은 없다.
빈집을 봐도 그냥 그렇다.

이 집을 떠나는 날이 와도 아마 마지막으로 감정적인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겠지.

몇 년 뒤 이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아마 한 번쯤은 지나가 볼 것 같다.
굳이 이 동네로 다시 올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 예전에 살던 곳을 찾아가게 되니까.

할아버지가 이사한 뒤에도 예전에 살던 곳을 한 번 찾아가 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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