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마음속에 끝을 정해두지 못한 일들이 있다.
‘언제까지’라고 말해야 할지 애매한 감정들,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어떤 기다림들.
나는 그 모호함이 주는 묘한 따뜻함을 알고 있다.

누군가를 생각할 때도 그렇다.
‘언제까지 좋아할까?’, ‘언제까지 연락을 기다릴까?’, ‘언제까지 이 마음이 계속될까?’ 질문은 자꾸 생기지만, 그 답을 지금 정해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의 감정은 늘 조금 늦게 도착하고, 끝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들은 오래 가고, 어떤 감정들은 금세 사라진다.
하지만 그 차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훨씬 무뚝뚝한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정해진 기한이 있다는 걸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오래된 것 같은 예감을 품고 시작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다.

일상의 질문들도 비슷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언제까지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정답 없는 고민들이 가끔 벅차지만 그래도 하루를 지나고 보면 어느새 다음 날로 이어져 있다.
대부분의 ‘언제까지’는 그렇게 막연한 채로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나는 요즘, ‘언제까지’라는 말이 끝을 묻는 질문 같으면서도 사실은 지금을 더 오래 붙잡기 위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사람은 정말 소중한 것을 잃고 싶어하지 잃지 않기 위해 자꾸만 끝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확신을 가지려는 몸짓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안과 사랑이 뒤섞인, 아주 인간적인 움직임이다.

때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언제까지를 정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마음이 자연스럽게 닿는 그 자리까지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고.
감정에도, 관계에도, 삶에도
정해진 기한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배워간다.

그리고 결국엔 이렇게 남는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만 있다면, ‘언제까지’라는 질문은 굳이 서둘러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Posted in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