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길을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길은 잃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방랑자는 그래서 길 위에서 산다.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누가 정해준 표지도 없이, 그저 발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람.

방랑자는 도망치는 이가 아니다.
오히려 머물기 위해 떠나는 사람이다.
어딘가에 닿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사람.
세상이 준 상처를 피해 숨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품은 채 다시 걸음을 내딛는 사람.

낯선 길을 걸을수록 마음은 더 정확한 모양을 드러낸다.
익숙함이 벗겨지고, 외로움이 다져지고, 두려움이 길의 결처럼 손끝에 전해져 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외로움 한복판에서 사람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마치 누군가가 ‘여기까지 혼자서도 잘 왔어’ 하고 조용히 등을 쓸어주는 것처럼.

방랑자는 사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인가.
이 길은 왜 나를 부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그 질문들 속에서 길은 조금씩 모습을 바꾸고, 어느 날 문득 마음을 비추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 이건 나의 길이었구나.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바람의 온도와 발뒤꿈치의 감각이 그 사실을 말해준다.

길 위에서 방랑자는 수없이 멈췄다가, 다시 걸어간다.
멈춘다고 해서 실패가 아니고, 걸어간다고 해서 항상 용감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다.
숨이 이어지고, 마음이 아직 완전히 닳아버리지 않았기에 다시 한 발 내딛는 것이다.

그리고 방랑자는 결국 깨닫는다.
길의 끝은 목적지가 아니라, 자신의 속도라는 것을.
누구보다 늦게 가도 괜찮고, 때로는 멀리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방황과 방랑은 다르지 않고, 그 둘은 결국 다른 질문을 품고 있다는 것을.

나는 방랑자를 생각할 때마다 어떤 외로운 사람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다.
그 뒷모습에는 언제나 아주 작은 빛이 따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로 향하는 용기, 아직 포기하지 않은 마음, 조금 더 살고 싶다는 아주 미약한 의지가 그 사람의 그림자를 오래도록 데리고 다닌다.

그래서 방랑자는 길을 떠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 세상을 건너가는 사람이다.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고, 되돌아가도 괜찮다.
그저 계속 걸어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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