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속, 햇살조차 조심스레 비추는 그늘진 땅에 숨어 피어나는 작고 하얀 보물들.
초록빛 잎사귀 아래 수줍게 고개 숙인 은방울꽃 송이들.
하나하나 정성스레 꿰어놓은 듯 앙증맏은 방울들이 줄지어 서서
바람이 살랑, 스쳐 지나갈 때마다 아주 작고 투명한 소리.
마치 유리잔 부딪히는 듯한 맑고 청량한 종소리를 울려.
그 소리는 멀리멀리 퍼져나가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다독이는 듯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나에게만 들려주는 비밀 이야기 같아.
“힘들고 지쳐 쓰러져 눈물을 흘릴 때도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지금은 어두운 밤하늘 같을지라도 별은 늘 그 자리에 빛나고 있듯이 너의 행복도 사라진 게 아니란다.”
은방울꽃 사이를 걸을 때마다 옷자락에 스쳐 퍼지는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
어린 시절 맡았던 따뜻한 엄마 품 냄새 같기도 하고 설렘 가득한 첫사랑의 기억 같기도 한
그 향기는 코끝을 간지럽히고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까지 녹여주는 마법 같아.
그 향기를 길잡이 삼아 눈을 감고 가만히 귀 기울여봐.
아주 멀리, 저 아득한 시간의 강을 건너 아주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나에게로 다가오는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
총총총, 희망 가득한 걸음 소리.
잃어버렸다고 체념했던 날들.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애써 외면하며 아파하던 시간들 속에
빛을 잃고 헤매던 나의 행복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숨 가쁘게 나에게로 돌아오고 있는 거야.
험한 산을 넘고, 차가운 강을 건너 매서운 비바람을 견디고,
예쁜 은방울꽃 향기를 나침반 삼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조심스럽게, 하지만 굳건하게 나에게로, 오롯이 나에게로 오고 있는 거야.
어둡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날 햇살이 내지를 감싸듯
거센 폭풍우 뒤에 무지개가 뜨듯이
나의 아프고 힘든 시간들도 결국에는 지나가고,
마침내 환한 빛 속으로 나를 이끌어줄 행복이 이제 바로 저 모퉁이를 돌아 내 눈앞까지 다가와.
언젠가는 꼭 가장 눈부신 모습으로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와.
두 팔 활짝 벌려 나를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더 이상 슬프지 않게 가장 따뜻하고 깊숙하게 꼭 안아줄 거야.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여기, 은방울꽃 곁에 서서 기다릴게.
작은 종소리에 모든 감각을 열어 귀 기울이고 희미한 향기의 길을 따라가며.
눈물 대신 환한 미소를, 슬픔 대신 벅찬 설렘을 가슴 가득 채울 준비를 할 거야.
다시 만날 눈부신 나의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를 힘내며 기다릴 거야.
그러니 당신, 절대로 포기하지 마.
아프고 힘든 시간 속에서 피어난 은방울꽃이 전하는 약속처럼
우리의 행복은 꼭, 언젠가, 반드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모습으로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다시 돌아올 거야, 믿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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