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여기 있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나도 흘러와 도착했다.
바람에 실렸는지, 누군가의 신발 밑창에 붙어 왔는지 정확한 경로는 모른다.

다만 이곳이 머물 수 있는 자리라는 건 알고 있다.

나는 자주 기울었다.
햇빛이 멀면 그쪽으로, 물이 고이면 반대편으로.
곧게 서는 법은 끝내 익히지 못했고 대신 다시 일어나는 쪽이 더 익숙해졌다.

누군가는 나를 보지 못했고 누군가는 나를 보았지만 굳이 기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괜찮다.
나는 애초에 기억되기 위해 피지 않는다.
피었다가 시들었다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

아무도 이름 붙여주지 않았던 날들,
잘하고 있는지 묻지 못한 채 그냥 지나온 시간들.
그 안에서 나 역시 피었다가 접히는 법을 배운다.

그러니 내가 대단하지 않았던 순간들을 버리지 말자.
그때도 분명히 살고 있었으니까.

들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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