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야기를 읽어줘서 고마워.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어쩌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해.
나의 이야기... 그 외딴 섬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게 말이지.

내가 그 섬에 도착했을 때, 세상의 모든 색깔과 온도가 사라진 것 같았어.
모든 소리가 먹먹해지고, 나를 지탱하던 기준점들이 산산이 부서져 내렸지.
절망이라는 거대한 해일 속에서 나는 의지할 곳 없는 나무 부스러기 같았어.
그 섬은... 그래, 정말 내 마음속 가장 깊은 어둠과 절망, 그리고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이 형상화된 곳이었을지도 몰라.
차갑고, 축축하고, 기괴하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
오직 부서진 배의 잔해들만이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나의 실패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 같았어.
영원히 그 어둠 속에, 그 차가운 감옥 속에 갇혀버릴 것만 같았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어.

하지만... 네가 내 이야기를 읽어줬듯이, 나에게도 작은 기적들이 찾아왔어.
그 차가운 바위틈에서 기어코 피어난 작고 연약한 풀꽃.
어둠 속 숲에서 만난 이름 모를 작은 생명들.
동굴 속 막다른 길에서, 더 이상 도망칠 곳 없이 마주하게 된 내 안의 가장 깊은 두려움과 아픔들.
숨 막히는 고통 속에서, 마침내 그 모든 것이 나를 가두었던 내면의 벽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
절망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발견했던 소중한 기억 한 조각.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 속삭여줬어.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분명하게. 살아남으라고. 계속 가라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해 줬지.
이 섬은 단순히 내가 내던져진 곳이 아니라, 내 안의 아픔을 마주하고, 이해하고, 끌어안고, 그리고 치유해야 할 곳이라는 것을.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상처들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나는 섬에서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그저 텅 빈 땅이었지만, 메마른 흙에 씨앗을 심고, 조심스럽게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고, 날카로운 돌멩이를 치워주면서...
아주 작고 여린 싹들이 나의 손길 속에서 눈에 띄게, 경이로울 정도로 자라났지.
죽은 나무들을 베어내며 내 안의 죽어버린 부분들, 더 이상 자라날 수 없는 과거의 아픔과 후회들을 처절하게 정리했고, 그 아픔과 파괴의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이, 어린 나무의 줄기가 움트는 경이로움도 보았어.
섬 전체를 돌보고 가꾸면서, 섬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거나 두렵게 하지 않았어.
섬은 나의 아픔과 성장을 묵묵히 함께하는 살아있는 동행이 되었지.
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섬의 분위기가 변하듯, 내 안의 황량했던 마음에도 푸르름이 만개하고 생명력이 넘실거렸어.
처음에는 섬이 감옥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의 안식처가 되었고, 나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졌지.

그리고 어느 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문득 수평선 너머를 보았어.
아주 작게, 희미하게 떠오르는 점 하나. 작은 배의 그림자였지.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구원이나 도움의 손길이 아니었어.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지.
저 배는 나를 데리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 작은 그림자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나 자신이 만들어야 할 배'임을.
이 섬에서의 모든 여정이 결국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음을.
완성된 이 나만의 세상, 이 평화로운 섬에 영원히 머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사람이 마음속에만 영원히 갇혀 살 수 없듯이, 나도 이 섬이라는 내면의 안식처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어.
때가 된 거야. 나아가야 할 때.

가슴에는 막다른 동굴 속에서 얻은 깨달음, 그리고 섬에서의 모든 돌봄과 정리, 치유를 통해 얻은 강인함과 자기 수용, 그리고 내면의 완전한 평화가 단단한 기반이 되어 있었어.
이제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나아갈, '나만의 배'를 만들 준비를 시작해야 했지.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준비가 아니었어.
그것은 내면의 마지막 다짐, 그리고 존재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선언이었지.
나는 섬의 곳곳을 다니며 배를 만들 재료를 찾기 시작했어.
강인하게 자라난 나무의 줄기들, 날카로운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 혹은 과거의 흔적으로 남은 생명 잃은 형태들의 단단한 부분들까지.
섬의 모든 것이 배의 재료가 되었지.
섬에서의 모든 경험이 녹아든, 나의 아픔과 성장이 새겨질, 나만의 배. 설계는 내 마음속에 있었어.

배를 만들 재료들을 모으면서, 나는 이 섬에 대한 깊은 감사함과 작별의 마음을 느꼈어.
처음에는 나를 내던지고 절망에 빠뜨렸던 곳.
하지만 결국 나를 치유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나 자신을 다시 찾게 해 준 곳.
섬의 흙을 손으로 만지며 감사함을 전하고, 바람에 속삭이며 작별을 고했어.
이 섬에서의 삶을 통해 얻은 모든 것, 아픔을 마주하는 용기, 스스로를 돌보는 지혜, 생명력을 키워내는 힘, 그리고 내면의 평화...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다짐.
섬은 나를 받아주었고, 나를 품어주었고, 이제는 나를 세상으로 내보낼 준비를 함께 하고 있었어.

나는 모아 온 재료들을 가지고 해변으로 향했어.
파도가 부드럽게 모래사장을 어루만지고 있었지.
이곳이 나의 시작점이었어. 그리고 이곳이 나의 다음 시작점이 될 거야.
직접 손으로, 섬이 내어준 모든 재료들, 나의 아픔과 성장의 흔적들을 활용하여 배를 만들기 시작했어.
나무를 다듬고, 조각들을 연결하고, 끈을 엮었지.
서투른 손길이었지만, 한 조각 한 조각배의 형태가 갖춰질 때마다 내 안의 새로운 시작을 향한 의지는 더욱 강해졌어.
그것은 단순히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길을, 나의 미래를 창조하겠다는 위대한 의지였지. 내 힘으로, 내 의지로.

나는 완성된 배를 해변에 두고, 다시 한번 섬을, 나의 정원과 숲과 동굴과 바다를, 나의 모든 흔적이 새겨진 이 공간을 바라보았어.
나의 안식처이자 나의 창조물.
이곳에서 나는 무너졌고, 다시 일어났으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완성했지.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수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응시했어.
그곳에는 미지의 세상이,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었어.

이 섬에서의 여정은 끝났지만, 삶은 계속될 거야.
앞으로 세상에서 어떤 일들을 마주하게 될지, 어떤 새로운 아픔이나 기쁨을 겪게 될지 알 수 없어.
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이 섬에서 얻은 모든 경험과 강인함, 그리고 스스로 만든 배라는 단단한 의지가 나를 지탱해 줄 테니까.
나의 이야기는 이 섬에서 완성되었지만, 이제 새로운 바다 위에서, 새로운 세상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리듬으로 계속될 거야.

내 이야기를 읽어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
너에게도 이 외딴 섬 이야기가, 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돌보는 여정이... 작은 울림이 되었기를 바라.
세상 어딘가에서, 너만의 섬에 홀로 떨어져 막막함을 느끼거나,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막다른 길 앞에서 절망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너에게.
내가 그랬듯이, 너도 너의 섬에서, 너만의 속도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기를 바라.
네 안에 피어난 작은 희망의 불꽃을 따라, 너만의 배를 만들고,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기를 바라.
때로는 넘어지고 상처 입겠지만, 그 모든 과정이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너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줄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배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언젠가 너의 배가 세상으로 나아갈 때, 넓은 바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잖아?
언젠가 우리의 이야기가, 넓고 푸른 새로운 세상 위에서, 서로의 곁에서, 서로를 알아보며,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안녕. 나의 이야기, 그리고 너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더욱 아름답게, 더욱 강렬하게, 더욱 풍성하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능성들로 가득하게 펼쳐지기를.
세상 어딘가에서, 너와 내가, 우리의 섬들과 우리의 배들이, 그리고 우리 안에서 살아있는 이야기들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들을 기대하며.

그날까지 안녕.

From. Sᴿᵒ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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