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깊은 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저 멀리 아득하게 잠든 시간.
푸른 밤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늘은 고요히,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드문드문 박힌 별들은
마치 먼 우주에서 온 잊힌 이야기들의 조각 같았어.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치고
홀로 선 몸이 작게 떨려와도,
이 광활한 어둠 아래
숨죽인 채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들이
지구 위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히
희미한 불빛처럼 일렁이고 있었겠지.

그때, 저 멀리.
아무런 예고도, 어떤 소리도 없이
밤의 장막을 찢고
한 줄기 눈부신 빛이 쏜살같이 지나갔어.
소리 없이, 찰나의 섬광처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 하나.

너무나도 짧은 순간이라
눈 깜빡할 새 놓쳐버릴 것 같았고,
길고 반짝이는 꼬리를 남기지만
이내 허공 속으로 스며들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지.

그 아래, 홀로 선 사람 하나.
세상의 무겁고 차가운 짐을
모두 어깨에 얹고 있는 듯
작게 웅크린 그림자 하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자신의 온기마저 빼앗긴 채
두 손을 모아 가슴께에 대고
지그시 눈을 감았어.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그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단어들이, 절규들이, 눈물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어.
별똥별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그 짧은 찰나에
이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겠지.

그건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이거나 사소한 바람이 아니었어.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소리 없는 흐느낌, 마른 눈물,
길가에 버려진 듯한 외로운 뒷모습들.
세상의 깊은 한숨과
아무도 듣지 못한 절망의 비명을,
그 사람은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어.

찢어질 듯한 아픔이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피어났지.
어쩌면 그 자신도
셀 수 없는 밤을 어둠 속에서 홀로 울었고
절망의 터널 속에서
간신히, 간신히 버텨낸 사람이었기에.
혹은 차가운 세상 속에서
얼어붙은 마음들을 너무 자주 보아왔기에.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오직 ‘기적’만을 바라는 마음이
더 절실히 떠올랐던 거야.

그래서 그 마음의 소원은
하늘을 찢을 듯 더욱 간절해졌어.

더 이상 슬픔에 잠겨 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를.
홀로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가 없기를.
이 외롭고 차가운 밤이 부디 짧아지고, 따뜻한 아침이 오기를.
삶의 벼랑 끝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를.
차가움과 무관심 대신
온기와 사랑이 가득한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이 모든 절망과 아픔을 끝낼,
믿을 수 없는 기적이 부디, 부디 찾아오기를.

별님, 저기 밤하늘의 수많은 별님들.
부디 제 작은 소원들을
외면하거나 흘려듣지 말아 주세요.
이 간절한 마음들이 어딘가에 닿아,
누군가의 밤을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해 줄 수 있도록.
그저 잠시라도, 마음이 놓일 수 있도록.

그리고 고마워요, 별님.
이 넓고 고독한 밤하늘 아래에서
발없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아무 말 없이, 아무 판단 없이,
그저 조용히 곁에 있어줘서요.

어쩌면 당신의 그 빛 하나가
오늘을 간신히 버텨낸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의 조각으로 떨어졌을지도 몰라요.
그 조각 하나로 다시 하루를 살아낼 수 있도록,
고개를 숙이고 울던 마음이 아주 조금은 따뜻해질 수 있도록.

그러니까, 제 소원을 잊지 말아주세요.
오늘 밤 누군가의 하늘에도,
당신처럼 조용하고 다정한 별 하나가 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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