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나던 그날 오후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슬픈 그림처럼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선명하게 박혀 있어. 그날따라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햇살은 따뜻하게 쏟아져 내렸지. 하지만 내 마음은 한겨울의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어. 마지막으로 네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고, 네 작은 귀에 속삭이며 인사를 건네고, 점점 멀어지는 네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순간, 발끝부터 차오르는 슬픔에 온몸이 마비되는 기분이었어.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내 심장 소리와 귓가에 맴도는 네 마지막 가쁜 숨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지. 네게서 나던 익숙한 냄새, 네가 좋아하던 장난감의 색깔, 네가 마지막으로 누워 있던 자리의 온기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정작 너는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
애써 괜찮은 척, 담담한 척하려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꽉 쥐었지만, 이미 터져 나온 눈물은 둑이 무너진 강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어. 뜨겁고 짠 눈물이 차가워진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려 턱 끝에서 뚝뚝 떨어질 때마다, 네가 정말 내 곁을 떠나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잔인한 현실이 뼈저리게 와닿았지. 목구멍은 울음으로 가득 차 숨쉬기조차 버거웠고, 심장은 마치 날카로운 유리 조각에 찔린 듯 욱신거리는 고통에 몸부림쳤어. 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네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그 빈 공간만을, 네 온기가 아직 남아있을 것 같은 그곳만을 하염없이 바라봤어. 마치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네가 다시 돌아와 내 발치에서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거나, 익숙한 몸짓으로 내 품에 파고들 것만 같았거든.
네가 없는 하루는 정말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어두운 밤 같았어. 해가 뜨지 않는 밤, 별 하나 뜨지 않는 밤처럼 온통 절망과 외로움뿐이었지. 네가 뛰어놀던 거실 바닥, 네가 창밖을 내다보던 창가, 네가 잠들던 폭신한 방석, 네 밥그릇과 물그릇... 집안 곳곳에 네 흔적이 가득한데, 정작 너만 없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했어. 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모든 빛깔이 바래고, 모든 소리가 멀게 느껴졌지. 음식은 모래알 같아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잠은 아무리 애써도 오지 않았어. 눈을 감으면 네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이, 눈을 뜨면 네가 없는 텅 빈 현실이 나를 괴롭혔지. 네가 너무나도 그리워서, 심장이 욱신거리고 숨통이 조여 오는 것 같았어. 제발 이 모든 것이 길고 긴 악몽이기를, 다시 눈을 떴을 때 네가 내 발치에서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기를, 아니면 시간을 되돌려 네가 아프기 전, 우리가 함께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지. 다시 너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네 보드라운 털에 얼굴을 묻고, 네 작은 심장의 떨림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희미한 희망만이, 겨우 나를 지탱하는 유일한 빛줄기였어. 그 희망조차 없었다면 아마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부서져 버렸을지도 몰라.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파고들 때마다, 마치 내 마음속 깊은 상처를 후벼 파는 것 같았어. 시린 바람은 네가 없다는 현실을 더욱 차갑고 잔인하게 느끼게 했지. 세상의 모든 차가움이 나에게로 몰려오는 듯했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너와 함께했던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들이 떠올랐어. 네 보드라운 털의 감촉, 내 손을 핥아주던 네 작은 혀의 느낌, 내 무릎을 베고 새근새근 잠들던 평화로운 모습, 산책길에 신나서 앞서 뛰어다니던 너의 활기찬 뒷모습... 함께 손을 잡고 걷던 길의 풍경, 마주 보며 서로에게 환하게 웃어주던 순간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밤새도록 웃음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시간들... 네 목소리, 네 표정, 네 작은 몸짓 하나하나까지도 생생하게 떠올라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지. 마치 네가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기억의 온기 덕분에,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겨우 숨을 쉬고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어. 그 기억들은 나에게 작은 위안이자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지.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외쳤어. 제발 돌아와 달라고, 이 외로운 밤을 끝내고 다시 내 곁에 있어 달라고. 네가 없이는 단 한순간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내가 너를 이렇게나 미치도록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네가 부디 알아주기만을, 그래서 다시 내게로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랐어.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네 이름을 불렀지. 네 사진을 보며 눈물 흘리는 날들이 셀 수 없이 많았어. 네가 좋아하던 간식을 볼 때마다, 네가 쓰던 물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 왔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너 없는 시간을 견뎌내면서,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어. 나의 슬픔이나 그리움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너의 평안이었지. 처음에는 나를 두고 떠나간 네가 야속하기도 했고, 왜 나에게 이런 아픔을 주었을까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을까 분노하기도 했지. 하지만 네가 아파하던 모습, 힘들어하던 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속 원망과 분노는 눈 녹듯 사그라들고 네가 이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지더라.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편안하게 잠들었기를... 비록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야.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평안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프게, 너무나도 아프게 깨달았지. 네가 나의 곁이 아닌 무지개다리 너머에서라도 진심으로 행복하고 아프지 않기를, 네 작은 영혼이 평화롭기를 스스로를 수없이 다독였어. 나를 위한 슬픔보다는 너를 위한 축복만이 내 마음속에 가득 남았지. 너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만이 가득했어. 네가 부디 아프지 않기를, 힘들지 않기를, 외롭지 않기를... 그곳에서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따뜻한 햇살 아래서 낮잠도 자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기를... 네가 세상에 있을 때 누리지 못했던 모든 행복을 그곳에서 누리기를…
따뜻한 햇살이 항상 너를 비춰주어 네가 있는 그곳이 늘 밝고 따스하기를, 네가 걷는 모든 길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 너의 작은 발걸음을 가볍고 즐겁게 해 주기를 빌었어. 네가 만나는 모든 친구들이 너에게 좋은 인연이 되고, 그곳에서의 삶이 순조롭고 평화롭기를 기도했지. 네 영혼에 기쁨과 평안이 가득하고, 슬픔이나 고통보다는 오직 행복만이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아프지만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어. 안녕. 이 인사가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라도, 너의 평안을 빌어주는 이 마음만은 변치 않을 거라고, 영원히 너를 멀리서나마 응원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네가 알든 모르든, 나는 항상 네가 행복하기를 빌고 있을 거라고. 네가 나에게 주었던 그 무조건적인 사랑처럼, 나도 너에게 영원한 축복을 보낼 거라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힘든 일들이나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 불쑥 찾아올 수도 있겠지. 네가 너무 그리워 모든 것을 놓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몰라.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거야.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네가 내게 주었던 조건 없는 사랑과, 네가 행복하게 뛰어놀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설 거야. 우리가 함께 사랑했고, 함께 웃었고, 함께 울었던 그 소중한 시간들 속에 남아있는 너의 밝은 미소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아름답게 머물기를 기도하면서 말이야. 그 기억들이 나에게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어. 네가 남긴 사랑의 조각들이 내 마음속에서 빛나며,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줄 거라고. 네가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줄 거라고. 비록 함께는 아니지만, 네가 어딘가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 거야. 네가 내 삶에 남긴 발자국은 너무나도 커서,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지만, 그 발자국 덕분에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와 함께했는지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 거야.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도 이제는 괜찮아. 네가 남긴 따뜻한 기억들이 언제나 나를 감싸줄 테니까. 네 보드라운 털의 감촉, 네 작은 심장의 떨림, 네 순수한 눈빛, 네가 내게 기대어 잠들던 무게... 그 모든 기억의 온기 속에서 나는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거야.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길 바랄게. 정말 잘 지내. 네 영혼에, 오직 눈부신 평안과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아주 진심으로 빌어.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항상 웃음꽃 피는 나날이기를.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 나의 사랑, 안녕.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어. 네 덕분에 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별 후에도 어떻게 그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배웠어. 너는 내게 가장 큰 선물이었고,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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