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나 조각난 채로 시작된다.
아무도 완성된 채로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결을 가진 조각으로 세상에 떨어져,
서로를 부딪치며 모양을 알아간다.
때로는 맞지 않는 퍼즐처럼 어긋나고,
때로는 운명처럼 꼭 맞아 하나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삶의 퍼즐은 끝까지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맞추는 과정 속에서만,
우리는 자신이 어떤 모양인지 조금씩 알아간다는 걸.
어릴 적엔 모든 게 단순했다.
하늘은 늘 맑았고, 세상은 손바닥 위의 장난감 같았다.
그땐 조각이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불안했다.
조금이라도 어긋난 틈이 있으면 다시 해체해 처음부터 맞추고 싶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자 달라졌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분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번 맞춰진 조각은 되돌릴 수 없고,
무리하게 억지로 끼워 넣은 자리는 금이 가기 마련이었다.
이제는 조금 어긋나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틈이 있어야 우리가 살아있는 거니까.
모든 조각이 완벽하게 맞물린 세상은,
움직일 여지도 없는, 숨조차 쉴 수 없는 밀폐된 공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전 잃어버린 조각들을 기억한다.
그건 사람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했다.
한때는 그것들이 내게 꼭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 조각이 없으면 내 인생은 결코 완성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그 조각이 빠진 채로도 모양은 나름의 완성을 이루었다.
비어 있는 자리가 새로운 빛을 받아들이는 창이 되었다.
결핌이 허물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지나가고,
이젠 그 빈틈이 내 삶에서 하나의 쉼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그렇다.
처음엔 서로의 빈곳을 채우려 애쓴다.
하지만 결국 진짜 가까움은 채움이 아니라 이해에서 비롯된다.
맞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깎아 맞추기보단,
그 다름을 그대로 둔 채 조심스레 이어붙이는 일.
그게 어쩌면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내 조각의 모서리에 다치고,
나 또한 누군가의 틈에 부딪혀 흠집이 생긴다.
그런 상처들이 모여 나를 조금씩 다듬는다.
퍼즐을 완성한다는 건,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일에 가깝다.
어떤 날은 조각들이 너무 많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삶이 거대한 상자 속 퍼즐 같아서,
나를 찾는 일조차 막막하다.
그럴 땐 그냥 한 조각을 들어 손바닥 위에 올려둔다.
빛에 비춰보면 그 속에도 무늬가 있다.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언젠가 꼭 맞을 자리가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그걸 믿는 것.
그게 내가 삶을 계속 맞춰갈려는 이유다.
가끔은 퍼즐을 맞추다 문득 생각한다.
‘완성된다는 건, 정말 좋은 걸까?’
완성된 순간,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그 상태가 진짜 행복일까?
나는 오히려 미완의 상태에서 안도한다.
아직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새로운 조각을 더할 수 있는 여백.
그 여백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삶이란, 완벽한 그림을 얻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모양을 바꾸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살아간다는 건 아마,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퍼즐판 위에서
자신의 조각을 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흔들리고,
때로는 전혀 뜻밖의 자리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조각이 어느 정도의 질서 속으로 돌아온다.
삶은 그렇게 스스로를 완성해간다.
나는 여전히 나의 퍼즐을 완성하지 못했다.
아마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도 그 조각들을 어루만진다.
빛바랜 조각, 부서진 조각,
다시는 맞지 않을 것 같은 조각까지도.
왜냐하면 그 모든 조각들이 모여 ‘나’라는 그림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삶의 퍼즐은 끝까지 완성되지 않기에 아름답다.
모자란 곳이 있기에,
새로운 빛이 스며들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감정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언젠가 마지막 조각을 손에 쥐게 되더라도
나는 아마 그것을 끼우지 못할 것이다.
그건 완성의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끝에 닿는 순간 더 이상 쉼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조각을 남겨둘 것 같다.
그 빈틈을 통해 시간과 바람이 드나들게 하기 위해.
그 빈틈이 있어야 내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기에.
삶은 미완의 퍼즐이다.
우리는 끝없이 잃고, 찾고, 다시 놓으며 살아간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
그것이 내가 믿는 삶의 모양이다.
sol.ace_r
- 가사 / Lyrics / 歌詞 (99)
- 그림 / Art / 絵 (84)
- 기록 / Record / 記録 (33)
- 사진 / Picture / 写真 (4)
- 소설 / Novel / 小説 (63)
- 시 / Poetry / 詩 (123)
- 편지 / Letter / 手紙 (63)
- 에세이 / Essay / エッセイ (132)
- X (1)
- 그림 / Art / 絵 (84)
- 사진 / Picture / 写真 (4)
- 한국어 / Korean / 韓国語 (172)
- 영어 / English / 英語 (172)
- 일본어 / Japanese / 日本語 (172)
Posted in 에세이 / Essay / エッセ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