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도 생명이 있다면,
아마 까막별은 그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모든 빛을 다 태워버리고,
남은 온기만이 천천히 식어가는 모습.
사람의 마음도 때로는 그렇다.
끝까지 다 쓰고 나서야 비로소,
조용히 식어가는 온도를 알아차리게 된다.

나는 한동안 내 안의 빛이 꺼져버린 것 같은 시간을 살았다.
아침이 와도 새벽 같았고,
사람들 속에 있어도 어둠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스스로 까막별이 된 사람 같았다.

까막별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까맣게 타버렸다는 건,
그만큼 한때는 뜨겁게 빛났다는 뜻일 테니까.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한 번이라도 자신을 다 태웠다는 증거.

세상은 자꾸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빛, 빠른 변화, 눈에 띄는 무언가.
하지만 나는 점점,
그 반짝임보다는 사라져가는 쪽에 눈이 갔다.
끝까지 버티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별,
빛이 사라져도 온기만은 남아 있는 자리.
그게 왠지 더 사람 같았다.

밤하늘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 생각이 난다.
분명 존재하지만,
지금은 빛을 잃은 별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라졌을까, 아니면 그저 보이지 않을 뿐일까.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도 별과 닮았다.
누군가를 향해 빛나던 마음이
어느 날 갑자기 꺼져버릴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건 단지,
다른 형태로 남는 것이다.
이해로 남기도 하고,
그리움으로 남기도 한다.

나는 오랫동안
‘꺼진 마음’은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다 끝난 일, 지나간 감정, 식은 관계.
그런 것들은 잊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그 잊혔다고 생각한 마음들이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는 걸.

까막별은 빛나지 않아도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무게와 온기를 품은 채로 우주를 떠돈다.
그건 마치 내 안의 오래된 기억처럼,
언제든 다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빛이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아무리 애써도
아무것도 반짝이지 않는 날들.
그때 우리는 두려워한다.
다 끝난 것 같고,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하지만 까막별은 말한다.
“괜찮아. 빛이 없다고 해서, 사라진 건 아니야.”
별이 빛을 잃는 순간조차,
그 안에서는 여전히 온도가 남아 있다.
완전히 식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어쩌면,
다시 빛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둠은 단지 빛의 반대가 아니라,
빛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까막별은 어둠 속에서도 존재한다.
그건 포기와는 다르다.
그건 ‘머무름’이다.
세상이 나를 잊어버린 것 같아도,
그 자리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는 일.
나는 그 시간을 사랑한다.

누군가에게 나는 이미 사라진 별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빛나지 않는, 오래된 기억.
하지만 그 사람의 하늘 어딘가에
아직 내 이름의 잔불이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람이 누군가의 인생 속에
한순간이라도 빛났던 적이 있다면,
그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별이다.

어떤 별은 멀리서 보면 완전히 꺼진 것 같지만,
그 중심에서는 여전히 열이 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안에서는 여전히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그건 다시 살아가려는 본능 같은 것이다.
까막별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이유도,
아마 그 안의 미세한 열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의 까막별을 아낀다.
그건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다.
빛나던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어둠도 견딜 수 있다.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진짜 내 빛의 색을 알게 되니까.

언젠가 나는,
누군가의 하늘에 까막별로 남고 싶다.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누군가가 길을 잃은 밤에
잠시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그 순간의 어둠이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바라는 마지막 온기다.

까막별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그건 다 타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한때 진심으로 빛났기 때문이다.
빛나던 시절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별,
그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남은 것.

나도 그렇게 남고 싶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아주 작은 불빛 하나로라도.
다시 불붙지 않아도 괜찮다.
내 안의 온기가 완전히 식지 않은 한,
나는 여전히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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