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그 단어만으로도 참 조용히 무너질 수 있는 말 같다.
따뜻하고, 아프고, 눈부시고도 잔인한.

나는 사랑이란 결국 내가 얼마나 무너져도 괜찮다고 믿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위해 내가 부서져도,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감당하려고 드는 마음.
물론 그게 꼭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원래부터 좀 미친 감정이니까.
이성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

사랑은 기꺼이 바보가 되는 일이고,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동행이기도 한다.
같이 있어도 혼자라고 느껴질 때도 있고, 멀리 있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할 때도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결국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일이기도 하다.
처음처럼 영원하길 바라지만, 사람도 마음도 상황도 다 변한다.
그걸 애써 붙잡으려 하면 상처가 되고, 그걸 너무 빨리 놓아버리면 후회가 된다.

사랑이 다 행복할 수는 없고, 사랑이 다 예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랑은 한 사람을 다르게 살아가게 만드는 유일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라는 말이 있다.
근데, 나는 가끔 그 말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왜냐면, 사랑은 때로 정말 많이 아픈 감정이기도 하니까.
깊이 사랑했기에 더 아팠던 거고,
온 마음을 줬기에 더 크게 무너졌던 건데,
그걸 ‘사랑이 아니었다’라고 말해버리는 건
마치 내 감정의 진심을 부정하는 것 같다.

사랑이니까 아픈거야.
사랑했으니까 망가졌고,
사랑했으니까 울었고,
사랑했으니까 후회했고,
사랑했으니까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파서 사랑이 아니다’가 아니라,
‘그 사랑은 나를 너무 아프게 했구나’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그 관계가 나에게는 너무 가혹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걸 사랑이라 부르기엔, 내 마음이 너무 상처투성이가 된 거겠지.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지배고 집착이고 폭력이다.

“너를 사랑하니까”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잖아?”
“이건 다 너를 위해서야”
이런 말로 사람의 마음을 죄책감으로 짓누르고, 자유를 빼앗고,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틀 안에 가두는 일’이다.

진짜 사랑은,
상대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상대의 삶을 존중하고,
그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보려고 애쓰는 감정이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아도, 충분히 깊고 뜨거울 수 있는 게 사랑이다.

근데 그런 사람들은
사랑이란 말을 방패처럼 휘두르면서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거다.

더 안타까운 건, 그걸 사랑이라고 믿는 피해자들도 많다는 거다.
그렇게 자란 사람일수록,
그렇게 사랑을 배운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탓하면서 자꾸 남아있게 된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그릇된 다정함이나,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아팠던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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